경기도, 여름의 시작에서 만난다... 시원한 물길을 보며 걷는 염하강 철책길

오보균 기자 / 2026-06-01 08:20:06
평화누리길 1코스(염하강철책길), 물길을 따라 걷는 역사와 평화의 여정
▲ 대명항(출처_경기관광공사)

[뉴스서치] 평화누리길은 경기도 DMZ 접경지역(김포, 고양, 파주, 연천) 4개 시군을 잇는 최북단 도보 여행길이다. DMZ 인근 철책선을 따라 걸으면서 분단 현실을 체감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길로도 유명하다. 2010년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이며 전체 길이는 약 189km 안팎이다.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돼 있다.

DMZ와 인접한 평화누리길은 사계절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절별 색깔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는 뜻에서 경기도는 ‘DMZ 사색(四色)하다.’ 라는 주제로 월별 가볼 만한 평화누리길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에는, 시원한 물길을 보며 걸을 수 있는 1코스 ‘염하강 철책길’을 소개한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대명항, 평화의 여정이 시작되는 지점

길은 대명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도권과 가까운 대명항은 주말이면 많은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는 김포의 대표 관광지다. 쭈꾸미와 꽃게, 전어 등 서해의 신선한 제철 수산물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어촌의 정취와 서해의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접경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초입에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운봉함이 전시된 김포함상공원(현재 안전점검으로 휴관중)이 접경지역의 역사성과 안보의 의미를 함께 보여주며 평화누리길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평화누리길 1코스는 철책선을 따라 흐르는 염하강을 마주하며 이어지는 약 14km의 길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염하강 특유의 풍경 속에서는 건너편 강화도 고려산 너머로 붉게 물든 노을이 내려앉고, 그 아래로 고깃배들이 유유히 오가며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손돌의 전설, 길 위에서 만나는 역사

지금의 고요한 모습과 달리 이곳은 과거에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했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염하는 오랜 세월 강화도를 지키는 천혜의 방어선 이었으며, 동시에 외세가 한양으로 진입하는 관문이기도 했다.

평화누리길 입구에서 1km가량 걸으면 덕포진을 만나는데 이곳에 있는 손돌묘가 뱃사공 손돌의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고려 23대 왕인 고종이 몽고군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피신하던 중 물길을 오해하여 손돌을 죽였지만, 물에 띄운 바가지를 따라가라던 그의 충심 어린 조언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는 전설이다. 이후 사람들은 음력 10월 20일 무렵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부르며 그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외세의 침입로가 된 염하, 격랑의 역사 속에서 막혔던 시간

김포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물길인 염하는 본래 외부의 침입을 막는 천혜의 방어선이었으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방어선이 아닌 침입로로 바뀌었다.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당시 프랑스군과 미군은 이 물길을 따라 강화도로 진입했고, 덕포진 일대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조선군은 맹렬히 저항했지만 군사력의 격차는 컸다. 결국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며 격랑의 근대사 속으로 들어서게 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냉전기를 거치며 염하는 철책으로 둘러싸인 통제의 공간이 됐다. 오랜 시간 접근이 차단됐던 이곳은 이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로 다시 열렸다. 과거 국방의 최전선이었던 공간은 이제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문수산성에서 마주하는 호국의 의미

종점인 문수산성은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된 산성으로, 병인양요 당시 격전지이기도 하다. 산성에 올라 염하를 내려다보면, 이 길이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수많은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 역사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다.

철책선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같이 평화를 걷다.

평화누리길 1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철책선 너머로 염하강에 비치는 풍경과 함께 고려와 조선,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역사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과거 긴장과 통제의 공간이었던 이 길은 이제 누구나 걸으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다시 열리고 있다.(여름철 도보 여행 시에는 강한 햇볕과 자외선에 대비해 모자와 선크림, 충분한 식수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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