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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에 참여하여 말하고 있다. |
[뉴스서치]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시민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공원 등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그늘보행권’을 서울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2026~2027년 생활가로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다. 나무나 그늘막의 개수가 아니라 시민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시는 이를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 실제 공간을 바꾸는 사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가로수와 정원, 건물 그늘, 캐노피, 어닝,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개별 시설의 ‘점’을 생활권 그늘길이라는 ‘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녹지생태도심과 정원도시 정책을 통해 시민 생활 가까이에 녹지를 확충해 왔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전역 1,315곳에 82만㎡의 정원을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45%인 41만㎡는 아스팔트 등 인공포장을 걷어내거나 방치된 공간을 녹지로 바꾼 곳이다.
올해는 그늘이 부족한 폭염 취약지역 35곳에 차양형 그늘막을 추가 설치하고, 고정형·스마트형 그늘막 총 5천여 개를 운영한다. ‘그늘보행권’은 이처럼 개별적으로 조성한 녹지와 폭염저감시설을 시민의 이동 경로에 따라 연결하는 다음 단계다.
이동 중 그늘 확보의 필요성은 온열질환 발생 양상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길가에서 발생한 환자가 31.4%로 가장 많았다. 폭염에도 출근·등교·장보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멈출 수 없는 도시에서는 이동 중 햇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보도 6만 7,029개소, 총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을 분석했다. 2025년 7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보도를 1m 단위로 나눠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 21분이었다.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돼, 그늘이 부족하거나 보행 동선이 끊기는 구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다. 건물 그늘이 29.2%포인트, 가로수 그늘이 15.2%포인트를 차지했다. 특히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는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보행 그늘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가로수만 따로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물의 높이와 위치, 도로 방향, 보도 폭, 식재 공간과 차양시설을 함께 계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그늘을 폭염 대응 인프라로 확충하고 있다. 미국 피닉스는 향후 5년간 나무 2만 7천 그루와 인공 그늘시설 550개를 늘리고, 싱가포르는 2018년 이후 지붕형 보행로 약 200㎞를 조성했다.
서울시는 그늘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고’, 장소의 여건에 맞게 ‘만들고’, 시민의 일상 동선을 따라 끊김 없이 ‘잇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한다.
첫째, 햇빛 노출시간과 시민의 실제 보행 동선을 함께 분석해 그늘 확충이 시급한 곳을 ‘찾는다’. 단순히 햇빛이 강한 곳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 수와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 정도, 야외 대기시간, 시설 설치 가능성과 개선 효과를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처럼 시민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곳을 우선 살핀다. 이미 그늘이 충분한 곳은 건물과 나무가 만드는 그늘을 보전하고, 시민 이용은 많지만 그늘이 부족한 곳은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둘째, 장소의 넓이와 이용 방식에 맞는 그늘을 ‘만든다’. 식재가 가능한 곳에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하고,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으로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넓은 보도에는 수관이 큰 나무를 심고, 공간이 충분한 곳은 가로수를 두 줄로 심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특정 시간대에 햇빛이 강한 길에는 접이식 어닝이나 계절형 차양을 설치하고, 좁은 보도에는 건물 벽면형 차양과 소규모 쉼터를 적용한다. 시민에게 개방된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는 주변 보도와 연결해 그늘과 휴식공간을 함께 확보한다.
셋째, 개별 시설을 주요 생활공간과 연결해 생활권 그늘길로 ‘잇는다’. 주거지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을 연결하고, 나무를 심기 어려운 구간은 캐노피와 어닝으로 보완해 실제 이동 경로에서 그늘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
서울시는 보행 그늘이 일회성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도시공간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보되도록 계획·사업·평가체계를 마련한다. 우선 보행그늘 원칙을 서울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생활가로·여가가로·활력가로를 조성하는 350개 ‘보행일상중심’에도 생활권 그늘길을 함께 계획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단위계획과 정비사업, 공공건축사업에 보행그늘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건물과 도로를 새로 조성할 때 건물의 높이·위치와 보도 폭, 식재공간을 함께 계획하고,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에는 큰 나무와 차양, 벤치를 연계해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공공사업과 민간 개발사업은 사업구역 안의 그늘을 주변 보도와 연결하도록 한다. 민간이 필로티·캐노피·어닝이나 스마트쉼터 등 실제 보행 그늘을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개발사업에서 확보한 공공기여는 기존 생활권의 그늘 단절 구간을 보완하는 데 활용한다.
사업 효과도 객관적으로 관리한다.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 정도를 평가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 전후 시민이 실제로 누리는 그늘의 변화를 측정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
보행공간의 그늘 확충과 함께 건물의 열 흡수를 줄여 도시 전반의 폭염 대응력도 높인다. 햇빛과 열을 반사하는 쿨루프 적용을 확대하고, 신축건물에 대한 적용기준 강화 방안은 관계부서 협의와 법적 검토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26~2027년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특히 부족한 생활가로를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넓은 보도와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서로 다른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의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고, 미흡한 시설은 보완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늘려왔다면, 그늘보행권은 이를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다음 단계”라며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늘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시설을 조성하고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해 누구나 여름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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