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써치] 무소유란 화두가 던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그 뜻이 사뭇 다를 것이다.
황금만능주의(黃金萬能主義)가 만연하고 양극화(兩極化)로 인한 빈부의 격차가 점점 늘어가는 요즘 세태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죽비(竹篦)와도 같다.
내면적인 욕구(慾求)가 집착(執着)이 되고 그 집착이 커지면 욕심(慾心)이 되고 욕심이 또 불어나면 남의 것을 탐내는 탐욕(貪慾)이 될진대 부질없는 욕심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넘치지 않게 그리고 가능한한 적게 소유할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빈손이기에 내 소유란 애초부터 있을 수 없고 어떤 인연(因緣)으로 왔다가 그냥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理致)다.
그래서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이라 하지 않았던가.
드넓은 경내를 한 바퀴 돌 요량으로 내 발길은 산 윗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응달진 요사채 지붕위에는 하얀 잔설(盞雪)이 드문드문 그림처럼 누워있는 곳에 고양이 한마리가 어느새 올라가 눈 장난을 치고 있었다.
푹신한 흙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절 뒷편으로 다가서자 작은 오두막 같은 낮은 지붕의 길상선원(吉祥禪院)이 낯선 손님에게도 반가운 듯 어서오라고 손을 내민다.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비구 법정(比丘 法頂) 사진전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 스님을 흠모(欽慕)했던 사진 작가들이 누구나 범접(凡接)하기 어려운 한 수도승(修道僧)의 진솔한 일상을 꾸밈없이 그리고 담담히 담아내고 있었다.
스님의 단아(端雅)하고 자비(慈悲)스런 모습 하나라도 놓치기 아까워서인지 사진을 한참 동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너무 오래되어 빛이 바랜 사진속에는 여러 인연으로 얽힌 사연들이 꽃말처럼 곱게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온화한 미소 가운데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인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님과 법정(法頂) 스님의 인자(仁慈)하고 다정스런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다.

또 그 곁에 법정스님과 나란히 서있는 샘터의 발행인 김재순(金在淳)님, 노작가 김팔봉(金八峰)님, 유명작가 최인호(崔仁浩)님 등 낯익은 얼굴들과의 오붓했던 순간들이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녹아들고 있었다.
샘터 잡지에 샘물같이 맑고 청정한 글을 수없이 남기셨던 법정스님은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한 여러 사진들속에서 보듯 종교를 초월(超越)한 어떤 인연의 끈이 깊고 넓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은 종교지도자로서 모든 걸 뛰어넘는 깊은 사랑과 자비, 포용(抱溶)과 아량(雅量), 그리고 나눔과 실천적(實踐的) 행동으로 일깨워 주었기에 지금의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온다.
법정스님은 평소 타종교와도 거리를 두지않고 폭넓은 교류를 통한 소통(疏通)과 화합(和合), 나눔과 친교(親交)를 행했다.
스님의 종교계와 각계의 지도자들과 허물 없는 진솔(眞率)한 대화는 타고난 본인의 성품과 함께 평생 무소유로 일관한 큰스님 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뭇사람들에게 큰울림이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슴깊이 아로 새겨져 있다.
우리 주위에 종교는 넘쳐나지만 타종교에 배타적(排他的)인 면도 없지는 않다.
종교 지도자간의 교류(交流)가 별로 없던 시절에 이를 과감히 허물고 가교(架橋)역할을 한 법정스님의 발자취는 실로 넓고 크다 할것이다.
엄혹한 시절 바른말 하는 올곧은 지도자가 흔치 않을때도 선뜻나선 김수환 추기경(金壽煥 樞祈卿1922~2009), 함석헌(咸錫憲1901~1989)선생, 김재준(金在俊1901~1987)목사, 장준하(張俊河1918~1975) 선생 등 각계 지도자들과 함께 꽉 막힌 현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며 날카로운 필설(筆舌)로 때론 함축(含蓄)된 언어(言語)와 대화(對話)와 설득(說得)으로 난국을 함께 풀고져 애쓰셨던 스님의 지혜(智慧)로움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아닐까.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인 길상사 창건법회(創建法會)에 김수환 추기경님이 직접참석 창건축사(創建祝辭)를 건네는 파격(破格)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가톨릭 신부(神父) 아니면 감히 설수없는 명동성당(明洞聖堂)에서의 법정스님 초청강연(招請講演)은 당시로서는 화제와 함께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이는 아무나 흉내 낼수 없는 두 종교 지도자가 내딛었던 큰걸음으로서 자비와 사랑과 나눔 그리고 소통과 화합의 큰 주춧돌을 놓았기에 감동을 넘어 우리들 가슴에 샘터처럼 깊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평소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정신(利他精神)과 무소유로 상징되는 무욕(無慾)으로 일관된 스님이 남긴 발자취마다 연꽃 처럼 진한 향기(香氣)가 묻어 나오는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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