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써치] 해파랑길 강릉구간은 모두 6개 코스(35~40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강릉바우길’의 동해안 구간(9, 8, 7, 6, 5, 12구간)과 겹친다. 이 중 첫 번째 코스인 35코스(강릉바우길 9구간)를 4월 11일에 트레킹하려고 계획하였다.
해파랑길 35코스(강릉바우길 9구간)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한국여성수련원 정문 앞에서 출발하여 금진해변, 금진항, 심곡항으로 이어지는 ‘헌화로(獻花路)’를 지나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역까지 연결된 코스이며, 해파랑길 강릉구간의 첫번째 코스이다.
해파랑길 34코스 트레킹을 끝마친 뒤 빵 등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였고, 4월 11일 오후 2시 50분경에 해파랑길 35코스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강릉 옥계면 금진리 옥계해변 뒷쪽에 있는 한국여성수련원 정문에서 출발하여 소나무 숲길을 걸었는데 소나무 숲길 좌우측으로 여러 기의 묘지가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옥계초교 금진분교에 도달한 뒤 우측방향으로 진입하자마자 바로 동해바다가 보였는데 바로 금진해변이었다. 또한 해변을 따라 도로가 시작되었는데 유명한 ‘헌화로(獻花路)’였다.

금진해변에는 백사장이 넓어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서핑리조트가 몇 군데 있으며 필자가 금진해수욕장을 지날 때에도 젊은 남녀가 함께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바닷물에 들어가기에는 약간 추운 날씨였는데도 서핑매니아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금진해변을 지나 금진항까지 걸어 갔는데 금진항 뒷편 높은 언덕 위에 커다란 호텔이 보였는데 금진온천으로 유명한 탑스텐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바닷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동해바다 조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필자는 나중에 이곳에 한 번 방문해보리라 생각하고 트레킹 일정을 계속하였다. 금진항을 지나 바닷가 도로를 지났는데 좌측에는 해안단구지형이 절벽을 이루었고 도로 바로 우측에는 바닷가여서 파도가 세게 칠 때 파도의 포말이 도로에 흩뿌려져 얼굴에 차가운 바다의 물기가 다가와 내뺨을 적셔서 시원한 청량감에 트레킹의 노곤함이 사라지는 듯 했다.
금진해변부터 심곡항까지 해안절벽과 바닷가 사이에 조성된 도로가 바로 헌화로(獻花路)이다.
‘헌화로(獻花路)’는 삼국유사 ‘수로부인조’에 나오는 향가 '헌화가(獻花歌)'를 모티브로 작명한 도로인데, 강릉 옥계면 낙풍리 낙풍사거리에서 시작하여 금진해변을 지나 심곡마을을 통과한 뒤 정동진역 앞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아름다운 길이다.

특히 금진해변과 심곡마을까지 약 2.4km구간은 해안단구 지형이고 바닷가 쪽이 절벽이라서 도로를 내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는데 1998년 바닷가 쪽에 딱 붙여서 도로를 개설하였다. 그러다 보니 파도가 치면 그 포말이 도로까지 흩뿌리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는 ‘수로부인(水路夫人)’ 이야기가 나오면서 향가 2편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으로 절세미녀였다고 한다.
순정공이 강릉태수(당시 ‘하슬라주 도독’)로 부임해 가던 중 수로부인이 사람이 쉽게 올라갈 수 없는 돌산 위에 핀 꽃(철쭉)을 갖고 싶어했고 이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형상 어렵다고 했지만 마침 암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면서 노래한 가사가 4구체 향가인 “헌화가(獻花歌)”이다.

그 후 순정공 일행이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용(龍)이 나타나서 수로부인을 바다 속으로 끌고 갔는데 다른 노인이 충고해 준 대로 백성들을 모아 막대로 땅바닥을 치며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만약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겠다”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자 용(龍)이 수로부인이 모시고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 때 부른 노래가 '해가(海歌)'이다.
물론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내용에 대해서는 수로부인에게 무녀(巫女)적 능력이 있었다는 해석, 헌화가(獻花歌)의 내용에 성적(性的)인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다.

삼국유사 ‘수로부인(水路夫人)’ 이야기의 무대인 강원도 삼척 · 동해 · 강릉해변에는 수로부인과 연관된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첫째, 해파랑길 29코스에 있었던 “삼척시 근덕면 임원항” 뒷편 남화산에 있었던 '수로부인헌화공원'을 들 수 있다.
원래 이곳은 '남화산 해맞이공원'이었는데 ‘수로부인’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용(龍) 위에 앉은 15m 크기의 거대한 수로부인상과 조각, 그림 등을 조성하여 “수로부인헌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임원항에서 50m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공원에 바로 연결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둘째, 해파랑길 32코스에 있었던 '삼척시 증산동' 쏠비치 삼척리조트 바로 지난 곳에 있는 증산해변에 있었던 '해가사의 터'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해가(海歌)' 설화를 토대로 정자(임해정)와 기념비 등을 건립하여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셋째, 해파랑길 35코스에 있는 수로부인의 헌화가(獻花歌)를 모티브로 하여 작명한 삼척 옥계면 금진해변과 강동면 심곡항까지 해안단구와 바닷가 사이에 개설한 도로 ‘헌화로(獻花路)’이다.
이처럼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이야기가 모티브 되어 동해안 곳곳의 관광지에 역사설화가 스토리텔링으로 그 명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곡해변부터 정동진해변까지는 '바다부채길'이 조성되어 있으나 태풍피해로 인하여 복구 작업 중이라서 출입이 통제되어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심곡마을에서 삿갓봉쪽으로 난 헌화로(獻花路) 도로를 걸어 산간지역을 넘었다. 산을 넘어 내리막길 끝부분으로 바닷가가 보이는데 바로 유명한 정동진 해변이었다.
정동진 해돋이공원쪽인 오른쪽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큰 유람선이 보였는데 바닷가에 있는 진짜 유람선이 아니라 정동진해돋이공원 인근에 조성된 유람선 모양의 ‘썬크루즈 리조트’ 였다.
썬크루즈 리조트를 구경하고 다시 정동진항 쪽으로 내려온 뒤 과거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의 상징 “모래시계공원”에서 과거와 현재 시간의 교차점을 묵묵히 바라보며 순간의 찰나를 스치듯 묵상하였다.

모래시계공원에서 정동진해수욕장까지 필자는 맨발로 백사장을 걸으며 정동진의 애수(哀愁)에 젖었다. 정동진해수욕장 지나 바로 바닷가에 ‘정동진역’이 인접해 있었다.
정동진역 앞에서 삼거리 쪽 괘방산 진입 입구까지 5분 정도 더 걸었고 해파랑길 35코스(강릉바우길 9구간) 종착점에 도착하여 해파랑길 35코스 걷기를 완료하였다.
35코스 트레킹 거리는 11.78km 였고, 걸은 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 35코스 트레킹 코스 : 한국여성수련원 정문(14:53) - 금진분교(15:07) - {헌화로} - 금진해변 (15:15) - 금진2리마을회관(15:20) - 금진항(15:38) - 심곡항(16:20) - 효도마을 버스정류장 (16:49) - 정동진항(17:33) - 모래시계공원(17:45) - 정동진역(18:05)
해파랑길 강릉구간 35코스를 완주한 후, 정동진역 인근 산채백반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정동진역에서 오후 7시 31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KTX를 타고 상경하여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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