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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아이슬랜드 빙하앞 루피나- 이미지제공 셀라비투어,분양7번가 |
[뉴스서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 위대한 대자연 앞에 가만히 멈춰 서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이 방영되면서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 아이슬란드 여행 열풍이 시작됐다. 특히 오로라의 경이로운 풍경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많은 이들이 아이슬란드를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기 시작했다.
약 8~9세기경, 바이킹족이 해변가에 촌락을 이루며 형성됐다는 아이슬란드. 이곳에서의 여행은 위대한 자연 앞에 감탄 소리마저 잊은 채 가만히 멈춰 서는 일이다. 또 다른 행성에 닿은 듯한 풍경 속에 가만히 묻히는 여행이다. 빙하와 화산, 온천과 폭포, 간헐천과 오로라…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높은 물가와 폭발하는 인기, 제대로 들여다보는 '링로드' 여정
하지만 이 환상적인 행성의 입장료는 만만치 않다. 물가가 하늘을 치솟기 때문이다.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시내까지 차로 약 40분 정도 이동하는 택시 비용만 무려 30만 원에 달한다. 영국 물가의 1.5배에 달한다는 아이슬란드는 한때 1인당 GNP가 7만 달러에 육박했던 나라다. 1월의 레이캬비크는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가끔 눈이 아닌 비가 내리기도 한다. 인구 40만 명 남짓한 이 작은 나라에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이슬란드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섬 전체를 잇는 ‘링로드(Ring Road)’를 따라 8박 이상 머무른다면 이 아름다운 대지의 숨결을 겨우 맛볼 수 있다.
밤하늘을 수놓는 새벽의 여신, '노던 라이트'와의 만남
혹시 겨울에 방문한다면 ‘오로라(Aurora)’라는 단어를 쓰면 호텔 직원조차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 북쪽의 빛)’라는 표현이 더 쉽게 통한다. 라틴어로 ‘새벽의 여신’을 뜻하는 오로라는 17세기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 신화 속 여명의 신 아우로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현란한 레이저 쇼를 펼치듯 영롱한 빛줄기가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춤추는 모습 앞에서 넋을 잃게 된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멕시코 난류 탓에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다. 밤하늘을 밝히는 푸른 빛줄기를 제대로 만나보았다면, 당신은 정말 손에 꼽히는 행운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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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아이슬랜드 화산(좌), 오로라(우)- 이미지제공 셀라비투어,분양7번가 |
보랏빛 루피나의 카펫과 화산재를 덮은 포근한 이끼의 숨결
아이슬란드에서 한여름인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이 되면, 1년 중 딱 보름 동안만 피는 보랏빛 카펫이 깔린다. 가장 따뜻한 성수기이기에 1년 전부터 예약해야만 이 최고 하이라이트를 누릴 수 있다.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지만, 링로드 1번 국도 중 셀랼란드스포스부터 비크 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옆으로 차로 1시간을 내리 달려도 온통 보랏빛 루피나(Lupine) 밭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랏빛 세상.. 차디찬 빙하 앞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워낸다. 하지만 이 꽃은 아이슬란드의 국화가 아닌 외래 품종이다.
진짜 토착 식물은 화산 용암이 흘러나간 자리를 비단 융단처럼 포근하게 덮고 있는 이끼다. 이 이끼를 말려 가루를 낸 뒤 빵이나 죽의 재료로 사용해 왔으며, 목캔디나 화장품, 기침 감기약 등 천연 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몸과 영혼을 씻어내는 블루라군, 그리고 위트 있는 친족 확인 애플리케이션
아이슬란드 블루라군(Blue Lagoon)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화산의 열기로 뜨거워진 물을 39도 정도로 식혀 밀키 블루빛을 띤 온천수다. 우리의 몸과 영혼에 켜켜이 쌓인 일상의 앙금을 깨끗이 씻어내라는 것 같다. 오묘한 물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아이슬란드에는 아주 특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하나 있다. 바로 친족 확인 앱인 ‘이슬렌딩가앱(ÍslendingaApp)’이다. 인구가 적어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서로 연결되는 먼 친척 관계이기에, 과거 근친혼 문제를 예방하고자 대학생들이 족보 데이터를 연동해 개발한 것이다. 클럽이나 바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하기 전, 스마트폰을 맞대면 조상이 겹치는지 확인해 경고 알람을 울려준다. 현지 친구가 전해준 앱 소개 문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침대에서 부딪히기 전에 앱부터 부딪혀라. Bump the app before you bump in bed!’
국민 마스코트 퍼핀과 '신들의 정원' 랜드만날라우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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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앵무새라고 부르는 퍼핀- 이미지제공 셀라비투어,분양7번가 |
아이슬란드에는 ‘퍼핀(Puffin)’이라는 귀여운 바다앵무새가 산다. 까나리나 청어 새끼를 입에 가득 물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기념품 가게마다 인형이 빼곡할 만큼 사랑받는 마스코트다. 하지만 현지 레스토랑 메뉴판에도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온다.
아이슬란드에서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랜드만날라우가르(Landmannalaugar)는 6월 중순에 열려 9월 초중순이면 닫히는 비경이다. 반드시 4륜 구동 차량으로만 가야 하며, 1~2시간 트레킹을 하다 보면 산 전체가 빨강, 노랑, 주황, 초록빛으로 빛나는 무지개산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엔 퍼블릭 식당 두 곳과 버스 편의점 두 대가 전부이므로, 간단한 음식을 미리 준비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페타 레다스'의 긍정 정서와 가슴속 활화산이 전하는 희망
아이슬란드인들의 인생관은 ‘페타 레다스(Þettareddast, 어떻게든 결국 다 해결될 거야)’라는 마음가짐이다. 예측 불가능한 화산 활동과 혹독한 겨울 폭풍을 겪으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잘 알기에, 조난자가 생기면 자기 일처럼 돕는 상부상조 문화와 긍정의 정서가 깊이 뿌리내렸다.
2010년 유럽 하늘길을 멈춰 세웠던 남부 화산 폭발처럼, 얼마 전 블루라군 옆 어촌 마을에서도 붉은 용암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헬리콥터에서 그 장관을 담았던 경험은 사진작가로서 행운이었다. 나를 가두는 틀을 깨고 더 큰 용기와 희망으로 분출하는 활화산처럼, 오늘도 빙하 옆 루피나가 들려준 한여름 대지의 노래를 그리며 보랏빛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출처 : 저자 김귀욱 여행에세이 ⟪셀라비⟫ 아이슬랜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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